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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휘 카페에서 소개받고 연락드려요. 고졸인데, 정시나 수능 말고 딱 1년 준비해서 부천대 간호학과 편입하고 싶어요.”
어제 받은 상담 요청 메일의 첫 줄입니다.
간호학과 편입을 준비하는 분들이 많이 하는 오해가 바로 이 질문 속에 들어 있습니다. 간호학과 정시 수능은 너무 어렵고 부담스러우니, 편입으로 방향을 틀면 조금 더 쉽게 대학에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죠.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누군가에게는 간호학과 정시 준비가 훨씬 효율적일 수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편입이 유일한 동아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간호학과 정시를 버리고 편입으로 가는 것이 답인지, 두 길 중 어느 쪽이 나에게 맞는지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오늘은 11년 차 멘토의 관점에서 ‘수능보다 쉽다’라는 말의 진짜 의미를 객관적으로 정리했습니다.
1. 팩트 체크: 정말로 수능보다 쉬울까?
간호학과 일반편입이나 학사편입이 수능보다 무조건 쉽다는 말은 거짓말입니다.
시장은 정직합니다. 한 쪽이 압도적으로 쉽다는 소문이 돌면, 금세 지원자가 몰려 경쟁률이 평형을 이루게 되죠. 만약 여러분이 공부 베이스가 탄탄하고 수능 모의고사 등급이 3등급 이내로 나온다면?
하던 대로 간호학과 정시 준비를 하시는 게 낫습니다.
간호학과 편입의 난이도 또한 ‘어떤 대학’을 목표로 하느냐에 따라 극명하게 갈립니다.
상위권 대학(인서울, 지거국)의 경우 편입영어나 공인영어(토익) 점수가 필수입니다. 토익 900점대, 치열한 영어 시험 경쟁을 뚫어야 하므로 수능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어렵습니다.
중하위권 대학(지방 사립, 전문대)의 경우 영어를 보지 않고 ‘전적대 성적’과 ‘면접’만으로 선발하는 곳이 많습니다.
즉, “영어 공부 안 하고 간호사 면허증만 따면 된다”라는 전략이라면 수능보다 훨씬 쉬운 길이 맞습니다.
하지만 “나는 무조건 인서울 메이저 병원에 가야 해”라는 목표라면, 간호학과 정시 준비와 편입 준비의 무게감은 비슷할 겁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두 길 모두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고 출발해야 합니다.
2. 목표가 ‘간호사 면허’라면 도전하라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간호학과 입시를 준비하는 20대 분들 중 상당수는 학창 시절 공부를 놓았거나, 뒤늦게 진로를 바꾼 경우입니다.
지금 당장 수능 5과목(국영수탐탐)을 기초부터 다시 공부해서 등급을 올리는 건, 솔직히 말해 ‘불가능’에 가깝거나 2~3년 이상의 장기전이 필요합니다.
이런 분들에게는 간호학과 편입이 압도적으로 좋은 옵션으로 느껴지죠.
이유는 단순합니다. 평가 요소가 적기 때문입니다.
- 수능: 국어, 영어, 수학, 탐구 등 전 과목을 고르게 잘해야 합니다.
- 편입(전적대 전형): 학점(성적) + 면접, 딱 두 가지만 봅니다.
특히 지방권 대학이나 전문대 대졸자전형의 경우, 영어 한 줄 못 읽어도 학점만 높으면 합격할 수 있는 곳이 널렸습니다.
게다가 간호학과는 학교 네임벨류를 덜 타는 특수 전공입니다. 국립대나 최상위권을 제외하면, 결국 중요한 건 국가고시 합격 후 받는 ‘면허증’입니다.
어디서 간호학을 배웠든 간호사는 간호사입니다.
“나는 어디든 좋으니 간호학과에 입학만 시켜주세요”라는 절실함이 있다면, 굳이 어려운 수능 수학 공식을 붙잡고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이 경우 간호학과 정시보다는 편입 전형이 훨씬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3. 학점은행제는 ‘성적 세탁기’다
그렇다면 고졸자나 자퇴생, 혹은 성적이 낮은 대졸자는 어떻게 지원할까요?
여기서 등장하는 도구가 바로 ‘학점은행제’입니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데, 학점은행제에 간호학과가 있는 게 아닙니다.
학점은행제는 대학에 가지 않고도 교육부 장관 명의의 학위를 받게 해주는 ‘자격 획득용 도구’일 뿐입니다. 쉽게 말해 ‘전적대 성적을 만드는 기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간호학과 일반편입을 하려면 전문대 졸업 학력이 필요합니다.
고등학교 졸업자가 다시 수능을 봐서 1학년으로 들어가는 대신, 학점은행제로 빠르게 2년제 학위를 따서 3학년으로 편입하거나(일반편입), 1학년 신입학(대졸자전형)을 노리는 전략입니다.
그렇다면 역시나 ‘왜?’라는 질문이 남습니다.
- 기간 단축: 독학사, 자격증 등을 병행하면 1년 만에 2년제 학위를 만들 수 있습니다.
- 성적 관리: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되기에 일반 대학보다 높은 학점(GPA)을 받기 유리합니다. 편입은 성적 싸움이니까요.
주의할 점은 있습니다.
일반편입은 뽑는 인원(TO)이 적거나 변동이 심할 수 있습니다. 반면 학사편입은 4년제 학위가 있어야 지원할 수 있어 진입장벽이 높지만, 경쟁률 면에서 조금 더 안정적일 수 있습니다.
자신의 상황에 맞춰 ‘전문학사(일반편입/대졸자전형)’ 루트를 탈지, ‘학사학위(학사편입)’ 루트를 탈지 설계하는 것이 합격의 첫 단추입니다.
4.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았을까?
상담을 하다 보면 정말 많이 듣는 말입니다.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간호학과 편입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합격하는 건 아닙니다. 수능보다 과목 수가 적다고 해서 노력의 총량까지 적은 건 아니니까요.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 있습니다.
지금 수능 책을 펴고 수학 1단원 집합부터 다시 푸는 막막함보다는, 학점은행제로 학점을 채우고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이 훨씬 명확하고 할 만한 싸움이라는 것입니다.
1년 뒤, 캠퍼스에서 실습복을 입고 있을지 아니면 여전히 “가능할까요?”라고 묻고 있을지는 여러분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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